
아위 ahwe는 옷을 만들고 스타일을 선보이는 패션 브랜드입니다. ‘Look Today, Feel Fast, Wear Future’라는 슬로건으로 여성들의 지금과 과거, 미래를 함께 이야기합니다. 그 중심에 우리가 생각하는 여성상이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개인의 취향을 이어가는 여성들 말입니다. 이미 모든 것을 완성한 사람이 아닐지언정,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는 여성들을 매일 마주합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아위, 더 우먼 라이프 ahwe the Woman Life’라는 에디토리얼 콘텐츠로 만듭니다.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한 편의 기사와 사진으로 선보입니다. 그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생각과 이상은 물론, 문화와 자아에 관한 이야기가 이안에 들어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ahwe the Woman Life’는 성수동에서 젊고 재능 넘치는 예술가들의 작업을 꾸준히 소개하는 ‘갤러리 샌드위치 에이피티 Gallery SANDWICH apt, 이하 갤러리 샌드위치 apt’ 디렉터, ‘오지영 @ozee577'의 이야기입니다. 쌀쌀한 겨울바람이 코트 옷깃을 여미게 하는 11월, 올해 마지막 전시를 마무리하며 2021년을 생각하는 그를 만났습니다.
오지영 Oh Jiyoung

처음 오지영을 알게 된 것은 그가 패션 잡지 에디터로 일할 때였다. 그때 나는 어느 편집매장 바이어로 일하면서 거리 패션 사진을 찍었다. 주말 어느 날, 우리가 주최한 벼룩시장에 온 오지영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었다. 첫인상은 투명한 얼굴이었다. 이후 오지영은 패션 잡지의 에디터로, 뮤직비디오와 광고 같은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프로듀서로 일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뤄진 작업의 공통점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이었다.

다양한 작업을 종이와 영상 매체로 내보내면서 그는 실재 實在 ‘공간’에 기반을 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처음부터 갤러리를 생각한 건 아니었다. “작은 서점을 열고 싶었어요. 사진집과 아트북, 작은 진 zine; 독립 출판의 한 종류로 인쇄소를 거치지 않고 발행하는 개인 출판물의 총칭 — 편집자 주 같은 걸 파는 공간처럼요. 그러다가 우연히 이곳을 보게 되었어요. 서점을 열기에는 큰 규모였지만, 10여 년간 ‘여러 예술가와 해온 작업을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갤러리를 먼저 운영해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갤러리 샌드위치 에이피티 Gallery SANDWICH apt

요즘은 거의 모든 콘텐츠가 소위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으로 돌아간다. 종이 매체를 보유한 곳 또한 예외는 아니다. 오지영은 종이로 만든 모든 것에 여전히 관심과 애정이 많다. 갤러리 샌드위치 apt를 열면서 서점은 조금 더 미래 계획이 되었지만, 이곳에서 전시를 선보이는 작가들과 크고 작은 작품집과 사진집을 만들고 있다.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작가들의 취향과 특성을 반영하여, 양장본 사진집을 만들거나 스테이플러로 중앙을 찍은 삽화집을 만드는 식이다.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마다 크고 작은 서점을 항상 방문했어요. 1인 서점과 1인 잡지부터 낱장으로 만든 진, 작가들끼리 크루 crew를 만들어서 펴낸 책, 매일 스케치한 작업을 묶어서 벼룩시장에 파는 예술가의 서적 등 다양한 책을 보았죠.” 이제 서울만 놓고 보면 독립 출판물 시장도 꽤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진’ 형태로 출간하는 가볍고 작은 출판물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는 언젠가 그런 책을 모아서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평소에 오가며, 창작자들의 작품과 활동을 볼 수 있는 공간 말이다. 갤러리 샌드위치 apt는 출판물이 아닌 자신의 세계관을 작품 활동으로 선보이는 예술가와 예술 그 자체를 택했다. 출판물을 중심에 두는 대신, 작가들의 작업을 모아서 ‘전시 exhibition’로 소개하는 공간으로서 말이다.

지금의 성수동은 수년 전, 처음 이 동네에 사람이 붐비기 시작한 이래 또 다른 변화를 겪고 있다. 더 큰 건물과 더 화려한 공간이 거리 곳곳을 점령한다. 반작용처럼 오래되고 낡은 공장은 하나둘 문을 닫는다. 갤러리 샌드위치 apt가 자리 잡은 곳은 성수동 번화가 핵심 중 하나인 ‘연무장길’ 끄트머리에 있다. 패션 매장과 카페, 내추럴 와인 바를 오가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다. 낮에는 차를 고치는 카센터의 기술자들과 수십 년째 이곳에서 매일의 삶을 영위한 공장 사람들로 분주한 거리이다. 손글씨로 낙서처럼 쓴 ‘Gallery SANDWICH apt’의 하얀 간판이 달린 건물 3층으로 들어서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 이 작지만 큰 갤러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적인 움직임

오지영은 갤러리를 운영하지만, 미술과 갤러리 운영 방법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함께 운영하는 장덕화 사진가도 패션과 상업 사진 분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만일 쉽게 가려고 생각했다면 이미 패션계에 발을 걸친 작가들과 함께 개관전을 준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첫 전시를 어떤 작가와 열지 정말로 많이 고민했어요. 결국 패션 분야에서 자주 얼굴을 비추지 않고, 순수 예술과 미술관 위주로 작품을 소개한 작가들로 구성하기로 했죠. 패션과 예술 분야 사람들이 함께 방문할 텐데, 이곳에서 서로 새로운 만남을 도모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래서 선정한 작가들이 박상호 Park Sangho와 이수진 Lee Sujin 작가님이었어요.”

샌드위치 apt의 개관전 <사적인 움직임>은 ‘플롯 plot’과 ‘파라다이스 paradise’라는 주제로 작품 활동을 전개하는 박상호 작가와 ‘글라스 랜드스케이프 glass landscape’라는 주제로 작업을 선보인 이수진 작가의 공동 전시로 기획했다. 전통적인 회화 작업과 전위적인 설치 작업이 조화를 이룬 전시였다. “이수진 작가님은 철거 현장 같은 곳에 생긴 유리 파편 등을 수집하고, 새로운 도시의 조각으로 변형한 설치 작품을 만들었어요.” 전시 제목을 <사적인 움직임>으로 정한 데도 이유가 있다. 오지영은 작가의 작품 자체가 본인의 생각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라고 했다. “그 ‘영역’이 작가만의 개인적인 공간에서 탄생했다는 데 초점을 두었어요. 그러한 것이 모여서 작품이 되고, 전시를 이루었습니다.”

개관전 오프닝 행사에는 오지영이 막연히 생각한 그림이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 항상 전시장에 방문하는 미술 관계자들부터 오지영과 장덕화 주변의 패션 관계자들이 한데 모였다. 양쪽에게 갤러리 샌드위치 apt의 전시는 대안 성격을 띤 교집합이었다. “전형적인 전시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죠. 어느 정도 우리가 생각한 취지와 맞았다고 생각해요.”
실천을 위한 고민

휴관일을 제외하면 오지영은 거의 모든 시간을 갤러리 샌드위치 apt에서 보낸다. 전시를 열지 않을 때도 할 일은 많다. 잠시 말한 것처럼 그는 예술의 학문 혹은 갤러리를 운영하는 기술적인 부분을 배우지 않았다. 그래서 실무 부분은 직접 부딪히며 시행착오를 겪고, 하나씩 극복해나가고 있다. 가령 갤러리를 열기 전, 콘텐츠 디렉터로서 예술가들과 작업할 때는 보통 특정 ‘브랜드’와 협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갤러리와 작가의 협력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다. 수익 분배, 작품 설치, 갤러리가 기본적으로 작가에게 제공해야 하는 종류의 일까지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도 나오지 않고, 하물며 미술 쪽에 편하게 물어볼 만한 분들도 계시지 않았어요. 그래서 개관 준비할 때 정말로 많은 갤러리에 방문했어요. 아는 분들에게 소개를 받으면서 특히 실무 부분을 많이 여쭤보았죠. 처음 여는 갤러리가 기본을 모른다든지, 작가들에게 예의가 없다고 여겨지고 싶지 않았거든요."


2020년에 개최할 예정이었던 열 번가량의 전시는 2020년 말을 기준으로 세 번으로 줄었다. 그러나 처음 공간을 열 때부터 오지영은 '전시를 주축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갤러리’를 공간의 정체성으로 삼았다. 열지 않은 시간 동안, 그는 단순히 전시를 보러 오는 갤러리 이상의 공간을 생각하며 실천을 위한 고민을 이어간다. “올해는 전시와 전시 사이에 갤러리를 열지 않았어요. 앞으로는 상시로 문을 열고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계획하고 있어요. 지금도 갤러리 샌드위치 apt에는 술과 커피, 갤러리 굿즈를 판매하거든요. 단지 전시만 보고 가는 형태가 아니라, 좀 더 머물면서 사람들이 공간을 경험하면 좋겠어요.” 실제로 갤러리 샌드위치 apt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전시에 따라 가변적으로 변하는 ‘화이트 스페이스’의 전시 공간, 일종의 로비이자 음료와 굿즈를 살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건물 뒤쪽 테라스 공간이다.

오래된 건물의 옥상 벽을 같은 크기 나무판자로 이어서 만든 테라스는 맑은 날과 흐린 날, 모두 탁 트인 공간이다. 거친 형태가 거리 곳곳에 남은 성수동의 발자취를 인위적으로 분리하여, 하늘을 볼 수 있는 방공호의 느낌도 든다. “테라스에서 쉬다가, 또 생각나서 전시를 볼 수도 있도록 고려해서 만든 곳이에요. 외국 예술 서적과 상품을 상시 판매하는 구조를 만들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올해는 여러 계획이 무산되었어요.”

공간이 문을 닫는 동안에도 오지영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지금까지 연 전시를 돌아보고, 새로 전시하면 좋을 만한 작가들의 정보를 탐색한다. 바로 앞 전시와 지금까지 선보인 전시를 나열하고, 작품과 이미지를 비교하며 공간과 전시의 ‘흐름’을 고려한다. “다음 전시를 준비할 때는 항상 지금까지의 전시를 생각해요. 가령 지금 차예원 Cha Yewon 작가의 <스몰 시티 Small City> 전시가 색감과 회화, 연필 작업 위주이니까, 다음 전시는 좀 더 현대적으로 변할 수 있겠지요. 기획하던 중 떠오른 영감이 불쑥 끼어들 때도 있습니다. 어떤 공간에 방문했을 때 문득 알게 된 작가들인 경우도 있고요. 그러면 다시 기존 목록을 보고, 추가 작업을 시작하죠.”

장덕화 사진가와 오지영 디렉터는 함께 공간을 운영하지만, 갤러리의 주된 권한은 오지영에게 있다. 특히 장덕화 사진가는 작가 선정에 관한 오지영 디렉터의 안목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편이다. 물론 함께 고민하고 이어가는 작업이라서 생기는 마찰도 더러 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전시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 갤러리 자체를 알리기 위한 홍보 과정 혹은 하기 싫더라도 해야 하는 일들 같은 데서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반대로 오지영 디렉터가 장덕화 사진가의 의견을 따르는 편이다. 그들의 말처럼, ‘갤러리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instagram@ozee577
instagram@sandwich_apt
Written and Photographed by Hong Sukwoo
Video by Sung Changwon
ahwe Editorial Nº2 오지영 —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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