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위 ahwe는 옷을 만들고 스타일을 선보이는 패션 브랜드입니다. ‘Look Today, Feel Fast, Wear Future’라는 슬로건으로 여성들의 지금과 과거, 미래를 함께 이야기합니다. 그 중심에 우리가 생각하는 여성상이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개인의 취향을 이어가는 여성들 말입니다. 이미 모든 것을 완성한 사람이 아닐지언정,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는 여성들을 매일 마주합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아위, 더 우먼 라이프 ahwe the Woman Life’라는 에디토리얼 콘텐츠로 만듭니다.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한 편의 기사와 사진, 영상으로 선보입니다. 그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생각과 이상은 물론, 문화와 자아에 관한 이야기가 이 안에 들어있을 것입니다.
네 번째 ‘아위 더 우먼 라이프’는 서울이 아닌 벨기에의 도시 안트워프 Antwerp에 갔습니다. 안트워프왕립예술학교 Royal Academy of Fine Arts Antwerp에서 설치미술을 전공하는 스물여덟 살, 이예지에게 아위의 옷을 보내고, 직접 찍은 사진과 영상을 받고, 서신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예지 Lee Yeji

안트워프왕립예술학교 설치미술과에 다니는 이예지는 코앞으로 다가온 학기말 시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닫혀 있던 카페와 레스토랑이 다시 문을 열고 야외 좌석에 앉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는 곧장 단골 카페에 갔다. “야외에서 잠깐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소중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안트워프 Antwerp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여러 패션 학교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접한 후 이예지는 안트워프왕립예술학교에 오기로 마음먹었다. 커리큘럼을 완료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학생이 많다는 소문이 익히 난 학교였다. 2017년 입학시험에 합격한 다음에는 1년간 입학을 연기하고 개인 시간을 가졌다. “남은 시간 동안 마음껏 놀다 가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예술학과의 학생이었던 건 아니다. 2018년 9월 5일, 안트워프에 도착한 이래 패션 학생으로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과 과정을 거친 후 설치미술을 전공하게 되었다.
요즘 그가 집중하는 작업 내용은 무척 흥미롭다. “<레프트 오버 스페이스 Left Over Space>와 <언 Urn>이라는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에요. 첫 번째는 곳곳에 존재하는 방치된 공간들을 조사하고, 버려진 공간들을 재활용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엘리베이터가 너무도 당연한 한국과 다르게 여기는 여전히 계단을 이용하는 건물들이 많아요. 무심코 지나치는 계단과 계단, 층과 층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에 작은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이예지의 지도 교수가 거리를 걷다가 마주한 멋없고 비효율적인 커다란 묘지들을 보고 떠올린 프로젝트이다. “불교와 힌두교의 믿음 중 ‘환생’이라는 키워드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죽고 버려진 나뭇잎과 신문, 나무껍질을 재활용하여 유골함으로 재탄생시키는 중입니다.”
학업과 작업으로 바쁜 나날이지만, 안트워프라는 도시가 주는 일상의 순간 역시 소중하게 사용하고 있다. “우울을 사랑하는 도시인 만큼, 하루에도 날씨 기복이 매우 심해요.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다가 금세 그치고 해가 뜨거든요. 이따금 해가 좋은 날이면 밖으로 나가 해를 느끼며 산책해요.” 패션과 옷을 좋아하는 유학생들에게 최고의 이벤트(?) 중 하나로 알려준 스톡 세일 기간 또한 놓치기 어렵다. “남자친구와 함께 디자이너 매장들을 방문했어요. 하이더 아커만 Haider Ackermann 매장에서 90유로에 너무 예쁜 봄버 재킷을 ‘득템’해서 행복해요.” 잠시 시간을 내서 다녀온 벨기에 서부 플랑드르 지방의 아기자기한 바닷가 마을, 드한 De Haan 또한 기억에 남아 있다. 기복이 심한 날씨 덕분에 물에 발도 담그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말이다.
안트워프의 옷차림들 The Antwerp Wardrobe

평소 이예지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한 단어로 말하면 ‘모험’이다. 하나의 스타일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즐기는 데 거리낌이 없다. 럭셔리와 빈티지, 클래식과 스트리트, 페미닌과 스포티, 아방가르드와 베이직처럼 한 벌의 옷에 다양한 스타일과 색이 담겨 어우러질 때, 무언가 새로운 걸 찾아낸 기분이 그가 옷과 패션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이는 아위의 옷으로 만든 스타일링에도 담겨 있다. “색상과 스타일 면에서 제가 자주 하는 방식의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특히 한 가지 아이템으로 여러 스타일을 연출하려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아이템은 ‘Rei Mesh Short Sleeves Knit_Ivory’였어요. 꽃이 들어간 스카프나 치마와 연출하니 소녀 같은 룩이 되었고, 단추를 풀고 진주 목걸이와 세로줄 무늬가 들어간 활동적인 바지와 입으니 우아하고 현대적인 느낌이 나요. 또 아메리칸 캐주얼 느낌의 코듀로이 치마와 오버 셔츠 재킷과 입었을 때는 더 실용적이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어요.”
안트워프와 서울의 삶을 비교할 때, 이예지는 ‘문명’의 차이를 느낀다. 빠른 서울에서 느림보였던 자신을 떠올리고는 안트워프가 어쩌면 딱 맞는 도시 같다고 덧붙인다. 서울은 모든 게 끊임없이 변한다. 반대로 안트워프는 2000년대 초반에 종종 멈춰 있는 기분이다. 놀이터에는 여전히 아이들이 모여 있고, 청소년들도 컴퓨터 게임이나 소셜 미디어 대신 스케이트보드와 축구처럼 활동적인 놀이를 즐긴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금세 시골 분위기가 난다. 한국이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린 — 언제 오는지도 모른 채로 역에 가만히 앉아서 이삼십 분씩 기다리는 — 트램과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사람들은 그저 받아들인다. 이예지는 안트워프의 사람들이 한국보다 ‘불편함에 덜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벨기에 패션은 다이아몬드, 한국 패션은 사파이어에 비유하고 싶어요.” 안트워프 패션은 고전적이고 강력하며,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와 명품 브랜드에 관한 애정으로 점철되었다. “브랜드 고유의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소비하는 이들이 많아요.” 마치 우아한 빛이 나는 다이아몬드를 소중히 다루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반면 한국은 더 현대적이고 트렌드를 좇는 캐주얼 디자이너 브랜드가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했다. 유행에 민감한 만큼 새로운 걸 재빠르게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들이 한국의 패션을 만든다. “한눈에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고유의 푸름을 빛내며 개성을 뽐내는 사파이어처럼 말이죠.”
안트워프의 숨은 공간들 Hidden Spaces in Antwerp

이예지에게 ‘안트워프의 공간들’을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아주 꼼꼼하게 정리한 목록을 보내주었다. 원고의 길이를 생각하면 몇 가지 추려서 넣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가 쓴 정성을 훼손하고 싶지 않아서 추천 목록을 그대로 싣는다. 언젠가 다시 여행을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날이 오면, 오래전 방문한 도시의 어느 골목에서 아래 목록을 하나씩 지우며 탐방하는 상상을 해본다.
갤러리와 박물관
안트워프 현대미술관 (M HKA · Museum of Modern Art, Antwerp / Leuvenstraat 32, 2000 Antwerpen)
포뮤 (FOMU - Fotomuseum Antwerpen / Waalsekaai 47, 2000 Antwerpen)
마스 (Museum aan de Stroom / Hanzestedenplaats 1, 2000 Antwerpen)
팀 반 레르 갤러리 (Tim Van Laere Gallery / Jos Smolderenstraat 50, 2000 Antwerpen)
카페
카페 문디 (Caffe Mundi / Oude Beurs 24, 2000 Antwerpen)
커피네이션 (Caffènation Antwerp City Center / Mechelsesteenweg 16, 2000 Antwerpen)
부처스 커피 (Butchers Coffee / Kasteelstraat 57, 2000 Antwerpen)
젤라토 팩토리 (Gelato Factory / Verschansingstraat 57, 2000 Antwerpen)
베이커리
오 메흐베이유 드 프레드 (Aux Merveilleux de Fred / Huidevettersstraat 26, 2000 Antwerpen)
구센스 (Goossens / Korte Gasthuisstraat 31, 2000 Antwerpen)
르 타르트 드 프랑수아즈 (Les Tartes de Françoise / Volkstraat 8, 2000 Antwerpen)
레스토랑
까미노 (Camino / Muntstraat 4, 2000 Antwerpen)
르 프리스틴 (Le Pristine / Lange Gasthuisstraat 13, 2000 Antwerpen)
프리츠 아틀리에 (Frites Atelier | Antwerpen / Korte Gasthuisstraat 32, 2000 Antwerpen)
아르떼 (Arte / Suikerrui 24, 2000 Antwerpen)
미션 마살라 (Mission Masala Antwerpen / Dendermondestraat 68, 2018 Antwerpen)
피시 아고고(Fish a'gogo / Handschoenmarkt 1, 2000 Antwerpen)
바와 펍
드 뮤즈 (De Muze / Melkmarkt 15, 2000 Antwerpen)
바로크 (Barok Antwerp / Melkmarkt 11, 2000 Antwerpen)
도그마 (Dogma Cocktails / Wijngaardstraat 5, 2000 Antwerpen)
패션
드리스 반 노튼 (Dries Van Noten / Godefriduskaai 36, 2000 Antwerpen)
앤 드뮐미스터 (Ann Demeulemeester Store Antwerp / Leopold de Waelplaats, 2000 Antwerpen)
베르소 (Verso / Lange Gasthuisstraat 9, 2000 Antwerpen)
루이스 (Louis / Lombardenstraat 2, 2000 Antwerpen)
르네상스 (Renaissance / Lange Gasthuisstraat 16, 2000 Antwerpen)
룬드홀즈 (Rundholz Antwerp / Oudaan 6, 2000 Antwerpen)
비르 (VIER / IJzerenwaag 3, 2000 Antwerpen)
레이블스 (라벨징크, Labels Inc. / Nationalestraat 95, 2000 Antwerpen)
로지에 (Rosier 41 / Rosier 41, 2000 Antwerpen)
빈티지
리오트 (Riot Vintage Shop / Lange Koepoortstraat 46, 2000 Antwerpen)
에피소드(Episode Antwerpen / Kammenstraat 14, 2000 Antwerpen)
멜팅 팟 킬로 (Melting Pot Kilo Antwerpen / Nationalestraat 14, 2000 Antwerpen)
띵크 트와이스 (Think Twice / Kammenstraat 85, 2000 Antwerpen)
그 외 추천 매장들
에스티 빈센트 (St. Vincents / Kleine Markt 13, 2000 Antwerpen)
네서시티 (Necessities / Steenhouwersvest 28, 2000 Antwerpen)
리콜렉션 (The Recollection / Kloosterstraat 54, 2000 Antwerpen)
카피라이트 (Copyright / Nationalestraat 28/A, 2000 Antwerpen)
‘집’의 의미 Meaning of ‘Home’

예전에는 밖과 집 혹은 실외와 실내 정도로만 구분 지었다면, 지금 이예지에게 집이란 ‘나만의 놀이터’가 되었다. 코로나19로 도시가 멈춘 이래, 밖에서만 즐기던 활동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남자친구와 이것저것 많이 구비했기 때문이다. 커피 머신과 게임기, 티 tea 세트와 요리 재료, 식물과 레코드플레이어 같은 것이 봉쇄령 기간 중 하나둘 집에 생겼다. “이제 모든 것이 가능한 우리만의 놀이동산이 되었어요.”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야외 활동이 줄면서 그는 역설적으로 일상 속 자연환경이 그리워졌다고 했다. 그래서 도시가 조금 유연해진 이후에는 집 근처 공원과 새로운 공원을 찾는 데 시간을 쓰기도 했다. “인간의 발길이 끊기니 자연이 회복되는 게 보였어요. 이전에는 친구들과의 대화에 집중했다면, 요즘은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고요히 듣고 있습니다.”
‘잘 산다’는 것 Living a Good Life

길고 긴 ‘락다운’의 시간을 지나, 고요했던 안트워프 거리는 다시 활기를 띤다. 사람들은 다시 문화생활을 즐기고, 10대와 20대 청년들은 자유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가면을 쓴 채 자유 시위를 하기도 한다. 비밀 파티를 개최한 수백 명이 경찰에게 적발된 뉴스도 있다. 어디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지금 안트워프에 가장 필요한 건 햇빛과 야외 생활을 만끽하는 일이다.
학기 말 프로젝트를 마치고 짧은 휴식의 시간이 도래하면, 그는 친구와 기차를 타고 바다로 떠나는 피크닉을 상상한다. 앞서 잠시 언급한 바닷가 마을은 남자친구의 가족과 함께 방문했다. “친구들과 다녀와도 참 좋은 추억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모래 위에 앉아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조용히 바다를 즐기고 싶어요.”
“‘나’라는 인물에게 늘 귀를 기울이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어떻게 느끼는지 정성 들여 질문하고, 답을 얻는 삶. 신중히 행동한 모든 것에 대해 인정하고 존중하는 삶. 이것이 ‘잘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스로 잘 대접하는 삶. 이예지가 생각하는 ‘잘 산다’라는 말의 의미이다.
instagram@yeji.beanie
Photography and Video by Lee Yeji @yeji.beanie
Written and Collage by Hong Sukwoo @yourboyhood
Video Edited by Sung Changwon (Studio Bone) @strtsp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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